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는, 성취감을 느끼는 빈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간편하게 도전할만 한 것은 해야 할 일의 단위를 쪼개 하나씩 수행하는 것이다. 하나하나 작은 단위의 할 일을 마칠때마다 성취감을 느끼고, 다음 할 일로 넘어간다.
그런데 대학원에 진학해서 본격적으로 학업을 시작하고 나면,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은 한동안 없다. 대체로 대학원 수업에서는 지금껏 경험했던 수업방식과는 다르게 소화해야 할 내용과 그 절대적인 양에 치일 것이다.
대학원에서는 보통 이전까지 학부에서 배우던 개론서나 전공서와 같은 하나의 책으로 구성된 교재에 맞춰 수업이 진행되지도 않고, 최신 발표되는 논문을 위주로 발제하고 논의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전공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학부의 교과서에서 다뤘던 고전적인 옛것의 지식과 현재 논문의 내용의 괴리는 또 하나의 벽이다. 그 괴리를 메우는 것 역시 대학원생의 몫이니 한동안 새로운 지식을 쌓느라 정신없는게 당연하다. 그래서 이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기보다는 좌절감을 느끼기 더 쉽다.
대학원에서 개인의 연구를 통해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대체로 한참 뒤의 일이 될 것이다. 나만의 연구 주제를 찾아 고민을 거듭해 이전에 없던 참신한 주제라고 생각하고 최신 논문을 검색해보면, 이미 수십년전부터 그 생각을 했던 연구자들의 결과물들을 마주하고 낙담하는 경험도 쌓게될 것이다. 개인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역시 교수님과 동료들의 비판적인 피드백 앞에서 대체로 내가 간과했던 빈 틈을 지적받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도 나는 자꾸 보잘것 없는 존재인 듯 느껴지고, 작아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주눅드는 경험들이 반복되면 어느새 무기력한 나를 마주한다.
그래서 더욱 대학원 생활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학업과 연구과정에서 성취감을 얻기란 그 주기가 꽤 길기 때문에, 개인의 학업 외 취미생활을 통해서라도 개인적으로 성취감을 얻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내 경우는 이를 위해 운동을 선택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운동강도와 빈도를 설정한다면 운동을 할 때마다, 운동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매번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다", "내가 해냈다"라는 생각을 짧은 주기로 반복해 경험하는 것이 중요했고, 이 과정에서 형성된 긍정적인 태도는 학업에서의 작은 실패를 딛고 '다시 해보자'라는 힘을 내게 해주었다.
내 주변에는 "운동을 했기 때문에 졸업할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했을 만큼 운동은 나의 대학원생 시절을 돌이켜 볼 때 잘 한 것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더 빨리, 자주 성취감을 느끼는 이벤트로 운동만큼 효율적인 것이 또 있을까. 게다가 성취감 뿐만 아니라 체력이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연구를 하는 입장에서 분명히 도움이 된다. 오래 공부할 수록 체력 역시 필수 요소임은 많이 강조되는 것이기도 하다.
소소하게 쌓이는 좌절들을 끊어내고, 작더라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그 무엇이라도 해보길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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