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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 연구자가 겪는 어려움/멘탈 관리

질투는 나의 것

어렸을 때 '운명이 정해져 있다면 열심히 살 것인가?'에 대한 토론을 한 적이 있다.

어차피 성공할 것이라는 것을 안다면 과연 힘들게 노력을 할 것인가?

어차피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면 굳이 힘들게 노력을 할 것인가?

 

아마 어린 나이에 스피노자의 뜻을 알아차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만, 

대학원에 들어왔다면 스피노자의 뜻을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 

일단 이 생각은 노력과 결과가 과연 선형 관계인가에서 출발한다.

 

내가 노력한다고 좋은 연구 주제를 찾는가?

그 연구를 하기 위한 장비나 방법론에 접근 가능한가?

연구를 위한 펀딩이 받쳐 주는가?

생소한 방법론에 의한 분석을 맞게 하고 있는건지 알 수 있는가?

예상한 연구 결과를 얻는가?

무사히 출판까지 가는가?

 

어떤 연구실에 들어가는가부터 

지도교수는 어떤 사람인지,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 놓이는지, 

하다못해 리뷰어의 비평에 이르기까지

 

내 노력보다는 운에 의해 맞이하는 결과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다보면 단순히 나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잘하는 동료가 좋은 결과를 얻어서가 아니라

운에 의해 좋은 기회를 얻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쉽게 과정과 결과를 얻게 되는 동료를 보면서 불안과 불만, 질투가 싹트기 시작한다.

 

연구가,

그 시작인 대학원 생활 자체가

내 재능과 노력과 반드시 비례한다고 볼 수는 없다.

환경과 우연적 상황이 오히려 더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억울하기 쉽고 피해의식이 생기며 무기력해지기 마련이다.

우연적 요소가 아니더라도 내가 투입하는 노력과 에너지 대비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외부적 요인은 쉽게 정신 건강을 위협한다.

 

그래서 스피노자의 태도가 필요하다.

내일 지구가 망하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마음은

달콤한 사과를 기대하는 마음이 아니다.

내일 멸망하는데 달콤한 사과를 누가 기대할 수 있겠는가?

 

스피노자가 집중한 것은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 뿐이다.

사과나무를 심는 것은 내가 할 수 있으니까.

그 사과나무를 키울 햇빛, 비, 바람, 토양은 내 몫이 아닌 경우가 훨씬 많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나무를 심는 것.

그리고 햇빛을 가려주는 조치, 수로를 만들어 빗물의 양을 조절하는 조치, 

바람막이를 만드는 조치, 비료를 주는 노고 정도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레가 생기고 벼락이 내리치며 태풍이 몰아닥칠 수 있다.

아예 지구가 멸망하는 일도 생기고 말이다.

 

결과를 기대하기 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과정에 치중하는 태도.

다른 사과나무가 우연히 더 잘 자라는 것을 보고도 내 마음과 정신을 다스리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환경이라는 것을 먼저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태도는 수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맨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어차피 결과를 안다면 열심히 살 것인가?

이제 당신의 답을 어떻게 정해야 할 지 감이 왔기를 바란다.

 

다음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마음과 정신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어떻게 헤쳐 나가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간략히 적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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