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서 학위과정을 밟으면서 워라벨이 가능할까?
서울대학병원에서 fMRI 실험을 할 때, 진료시간이 끝난 후에 그리고 주말에 실험시간을 잡을 수 있었다.
우리 연구실은 매주 토요일에 실험을 했는데, 이것은 가정 생활과 연구실 생활을 병행하는데 문제가 되는 요소였다.
아이가 없을 때는 그나마 평일 밤 늦게까지 연구실에 있고, 주말에도 나가는 것이 가능했으나,
아이를 낳고나서는 연구실 일정을 소화하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수시로 발생했다.
이것은 일하는 엄마들이 모두 겪는 문제들일 것이다.
대학원 연구실 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엄격한 출퇴근 시간을 요구하는 연구실에서도
출근시간은 엄격하게 지켜야 하겠지만, 정해진 시간에 퇴근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게다가 칼퇴근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집에 가서 논문을 읽거나 논문을 쓸 수 있는 시간을 내기는 어렵다.
아이들이 어릴 때, 이런 문제로 육아전문가와 상담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상담선생님이
"대학원생 엄마를 가진 아이들이 제일 불쌍해요. 대학원생은 퇴근 시간이 없잖아요. 24시간 연구를 해야하니까요"
라고 하셨었다.
결국 나는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직전에 공부를 중단했다.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2년이 지났을 때의 일이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1년만 더 바짝 시간투자를 했으면 졸업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당시에는 그 1년도 온전히 논문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물론 아이들 키우면서 논문도 쓰고 제 때 졸업하는 훌륭한 엄마들도 많다.
그런 분들을 정말 존경한다.
나는 논문에 대한 압박감과 육아로 인해 생기는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했다.
그렇게 연구실을 그만둔 후, 13년이 지난 후에야 다시 연구실로 돌아갈 수 있었다.
지금 다시 그 시절을 겪는다면 나는 같은 선택을 할 것인지 가끔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아이들이 성인이 된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아이들에게 엄마가 덜 필요한 시기는 없었다.
유아기,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어느 시기에나 엄마는 필요했다.
다른 양상으로 엄마의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가끔 어린 애기를 키우면서 공부를 하고 있는 대학원생 엄마들이 묻는다. 언제쯤 되면 엄마 손이 덜 가냐고.
나의 대답은 단호하다. 엄마의 손이 덜 가는 시기는 없다고.
시간이 지나도 논문에 대한 스트레스도 줄 지 않고,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도 줄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냥 빨리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지금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같은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한 내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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