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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 연구자가 겪는 어려움/멘탈 관리

어느틈에 스며든 무기력함

한 공간에서 통제 할 수 없는 전기충격을 반복해 받다보면, 앞에 대피공간이 생기더라도 이곳으로 뛰어 넘어가지 못하는 개들이 있다. 

'학습된 무기력'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행동을 하는데 불편하고, 제한이 걸리는 상황(동물 연구에서 전기 충격 등)에 반복적으로 노출됨에 따라 무슨 행동을 해도 이 제한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학습하게 되고, 그 상황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끝내 포기하는 것에 이르는 것을 가리킨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이전의 제한이 사라진 새로운 상황이 되어도 이를 벗어나고자 하는 행동을 시도 조차 못하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나는 심리학 개론서부터 등장하는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개념에 대해 많이 들어봤고,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의 실험도 배웠다. 역량있는 동료가 분명히 해낼 수 있는 상황임에도 진척시키지 못하고 주춤거릴 때에는 이런 학습된 무기력에 갇힌게 아니냐며 할 수 있다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내 상황은 어떤가? 나야 말로 이런 학습된 무기력에 갇혀 어떤 시도도 하지 못하고, 어느 틈에 우울하고 비관적인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연구를 하는 장면, 끊임없이 진로를 탐색내 나가는 장면에서 반복해 겪게되는 장애물들은 마틴 셀리그만의 실험과 후속 연구들의 전기충격, 소음 등 물리적 속성들처럼 단순하지 않다.

대학원 재학기간 동안 마주했던 '나는 제대로 아는게 뭘까', '내가 할 수 있는게 뭘까'와 같이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지도해주시는 교수님들, 익명의 리뷰어들의 날이 선 질책은 '나는 한참 부족하다', '학위를 받을 자격이 있을까'와 같은 낮은 자존감 상태로 잠식되었다. 이런 태도는 내가 다뤄온 연구주제들이 충분히 학문적으로도, 산업응용 장면에서도 연구해 나갈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게 했던 것 같다. 내가 다룬 주제 연구 자체가 부정될 것이 아닌데 오히려 스스로 해온 것들을 과소 평가하고 있었다.

내 연구의 가치를 주변에서 공감해주지 못하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게 된다면 사실 높은 확률로 연구 주제 자체가 잘못됐다기 보다는 내가 설득하는 표현이 부족했고, 설득할 근거를 다른 방향으로 제시한다면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일 가능성이 더 높았을 것이다. 이런 방법의 문제는 연구 과정을 통해 더 다듬을 수 있고, 개선 될 수 있는 문제이다. 연구의 가치는 연구자 스스로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것일텐데, 그 기본적인 것에서 나는 내 모든 것들을 보잘 것 없는 것이라 부정하고 있었다는 것을 졸업을 하고도 일년이나 지나서야 깨닫고 있다.

나의 무기력함과, 무기력함에서 오는 우울감을 벗어나는 시도는 내가 행동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던, 힌눈에 보이지 않는 벽을 알아차리는 것부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못할 거야", "어차피 안될거니까"라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흐름을 더는 그대로 두지 않겠다. '주체성'을 회복하겠다.


 Seligman, M. E. P. (1972). “Learned helplessness”. 《Annual Review of Medicine》 23 (1): 407–412. doi:10.1146/annurev.me.23.020172.00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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