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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 연구자가 겪는 어려움/융합 연구자로 수련하기

수료와 졸업, 한 끗 차이?

대학원 과정 중 주어진 교육과정을 이수한 경우 석사 수료 또는 박사 수료라 하고, 졸업 논문(석사의 경우 졸업시험으로 대체되는 경우도 있으나)을 작성하고 심사를 통과하고 나서야 졸업을 하고 또 석사 또는 박사라 칭한다. 

그래서 수료와 졸업의 차이는 단순히 보면 졸업논문을 쓰느냐 마느냐의 차이가 된다. 근데 그 '졸업논문'이라는게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니었는데, 막상 석사와 박사과정을 졸업하고보니 이 차이는 한 끗 차이는 아니더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막상 졸업 논문을 쓰고 나면 이걸 쓰려고 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 건가 싶고, 당장 수정하고 싶은, 부족한 부분들도 남는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졸업 논문을 쓰는 동안의 그 과정은 그렇게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졸업 준비의 시작은 원고를 작성하는 것으로 부터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어떤 연구를 왜 했는지, 어떻게 했는지, 그래서 결과가 어떤지, 그 의의는 무엇인지 하나의 글로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만약 여러개의 연구를 엮어 하나의 졸업논문을 작성한다면 각각의 연구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 그 연결점들을 분명히 할 수 있는 핵심 주제가 되는 하나의 흐름을 놓쳐선 안된다. 나는 총 세 개의 연구를 엮어 하나의 논문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이 흐름에 대한 확신과 자신이 없어 갈팡질팡하며 마지막 심사인 종심까지 애를 먹었다. 전체 연구 목적이 시작부터 탄탄해야 흔들리지 않고, 그래야 심적으로 불안하거나 자신감 떨어지는 순간들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원고의 내용을 채워 넣는 것도 쉽지 않지만 어떻게든 구성했다면 본격적인 논문 심사를 거치게 된다. 과정에 따라 적다면 1번, 많다면 3번 이상의 심사를 거친다. 원고만 쓰면 어떻게든 될 줄 믿었지만, 이 뒤로 이어지는 절차부터가 진짜다. 역시 어려운 일 투성이었다. 지도교수님께서 심사해주실 교수님들께 먼저 심사 요청을 해주시면, 그 뒤에 심사위원 교수님들께 심사 일정 조율차 연락을 돌리는 일은 해당 교수님들께서 이미 연락을 받으실 것을 알고 계시니 어려운 문제도 아닌데, 당시엔 그 연락을 드리기가 참 어렵게만 느껴진 것 같다. 심사 발표를 위해 자료를 구성하고 만드는 일은 원고를 쓴 것과는 또 다른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발표시간에 대한 가이드가 없었고, 서로 세부 전공이 다른 교수님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시니 배경 설명을 어디까지 해야하는지, 연구 설계와 방법은 또 얼만큼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려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내 경우에는 심사당일, 심사위원장 교수님께서 예상보다 짧은 발표시간을 제안해주셨고, 그래서 준비한 자료들 중에 세부적인 내용은 넘어가면서 전체 논문 구성과 흐름, 결과에 대해 보고했다.  만약 학과에서 심사 발표 가이드를 준다면 그 가이드를 따르고, 연구실에 갓 졸업한 선배가 있다면 그 선배의 경험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다만 자료 준비는 여러 상황 즉, 심사위원들이 질문할 법한 것들을 예상하고 그에 대한 답을 포함해 충분히 준비하고, 발표연습까지 여러번 마쳐두기를 권한다. 내 졸업논문이니 이 정도 때가 되었을땐 외울만큼 익숙한 내용이지만, 막상 발표를 앞두고 심사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면 당황해서 내 연구의도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고, 해야할 이야기 대신 엉뚱한 말을 늘어놓는 경험이 될 수 도 있다. 

그렇게 하나의 심사가 끝나면 안도감이 드는 것은 아주 찰나이다. 심사 후 교수님들께 피드백을 받고 나면 이제 이걸 어떻게하나 싶은 또 다른 어려움을 마주한다. 약간의 수정으로 해결될 간단한 피드백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 고치면 된다. 그런데 분석을 새롭게 추가하거나, 새로운 방법으로 전체 변경해야 하는 상황은 조금 수고로울 수 있다. 그런데 이것도 하면 된다.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래서 이 연구를 왜 했는지, 연구의 목적과 연구의 내용이 이어지지 않는다거나, 그래서 전반적으로 연구가 설득력이 없다는 등의 피드백은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하는지도 모르게 좌절하게 만들 수 있다.

좌절케하는 피드백이 바로 내가 받았던 피드백인데, 다행히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종심에서 통과했다. 심사와 심사 그 짧은 기간 동안 정말 몇번의 좌절과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셀 수도 없다. 하루는 해결 된 것 같아 들 떠있다가, 다음날엔 전날의 생각이 또 아닌 것 같아 좌절하기를 반복했다. 몇 번씩 반복하는 이야기지만 가장 논문의 중심이 되고, 절대 흔들리지 말았어야 할 연구 목적을 처음에 확실히 잡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스스로부터 이 구성에 대한 설득이 되지 않으니, 누구도 설득할 수 없었을 것이다. 논문심사는 '저는 잘 모르겠는데, 제 연구의 가치가 무엇인지 연구내용을 듣고 파악해주세요'하는게 아니라  '제 연구는 이렇게 이렇게 진행되었고, 이러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를 자신있게 발표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논문 프로포절부터 작성한 원고를 바탕으로 초심, 재심, 종심으로 이어지는 과정 사이에도 심사 받는 분들을 관찰해보면 학문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주변에서 체감할 정도로 사람이 바뀐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겨내며 초월한 느낌을 주는 것도 한 몫 할 것이다. 워낙 대학원의 세부전공이 다양하고, 개인의 차이도 있으니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원고를 쓰고 심사를 받는 전 과정은 부족한 나를 스스로 마주하고 극복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니 수료와 졸업을 한 끗 차이로 보기엔 졸업자들이 겪었을 많은 위기와, 이를 극복하고자 기울인 노력이 가려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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