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융합 연구자로서 주의해야 할 것/단점보다 장점에 치중하라

시지각 정보처리와 난독증

우리는 바깥 세계에 존재하는 시각적 장면을 통일된 형태로 본다. 그러나 시각적 장면은 단일체가 아니라 여러 종류의 다양한 정보(색, 모양, 크기, 방향 등)로 구성되어 있으며, 부분과 전체로 이루어진 복합체이다. 우리는 이러한 복잡한 시각적 장면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계산하여 그에 대해 반응한다.
시각적 장면이 갖고 있는 정보를 어떻게 수집해서 어떤 형태로 우리 마음에 표상되는 가의 문제와, 이 표상들이 어떤 계산 과정을 거쳐서 우리의 적응행동과 의사결정이라는 인지적 활동을 수행하게 하는 가의 문제는 인지과학의 오랜 연구 주제이며, 수십 년간 연구결과들이 축적되어 왔다. 그 결과로, 우리의 시각 처리 기제가 주어진 대상의 물리적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시스템이 아니라,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가공하여, 인지적 행동 또는 의사결정에 적합한 형태의 표상으로 구성하는 역동적 시스템이라는 것이 알려져 있다 (Coté, 2015; Ellison & Walsh, 1997; Yantis, 2001).
이러한 시지각 시스템의 역동성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들이 있다. 
첫째, 우리가 지각하는 것은, 외부 세계 대상들의 물리적 속성이나 절대적인 값 그 자체가 아니라, 대상들이 갖고 있는 속성의 “차이(difference)”와 “비율(ratio)”이다. 즉, 밝음과 어두움에 어떤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밝거나 더 어두운 것이고, 크고 작음도 어떤 절대적 기준이 아닌 비교와 차이에 의해서 더 크고 더 작음이 결정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지각하는 외부 세계의 상태는 대비(contrast)에 의해서 결정된다(Yantis, 2001).
둘째, 시지각 시스템은 생리적인 과정의 연속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고나 기억과 같은 인지적 과정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즉, 환경으로부터 입력되는 물리적 정보와 경험에서 입력되는 심리적 정보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작동되는 시스템이다(Coté, 2015; Ellison & Walsh, 1997; Yantis, 2001). 그러나, 기존의 연구들에서 물리적 정보 중 휘도와 대비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있지만, 주로 역치를 측정하는 연구에 집중되어 있고, 휘도와 대비가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자극의 크기 지각에 관한 연구들도 많이 이루어져 있지만, 크기 조정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합의된 연구 결과가 없다. 
셋째, 시지각 시스템은 시각 정보의 전체를 처리하는 과정과 부분을 처리하는 과정의 상호작용을 통해 작동한다고 추정된다 (Kimchi, 2015; Palmer, 1975). 기존의 여러 연구들에 의하면, 시각 정보의 전체를 처리하는 과정과 부분을 처리하는 과정이 분리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된다. 해부학적으로 시각 정보는 매그노셀룰러(Magnocellular) 경로와 파보셀룰러(Parvocellular) 경로의 이중 경로로 나뉘어져 있으며, 매그노셀룰러 경로와 파보셀룰러 경로의 선택적 손상으로 인한 동시실인증에 관한 보고들이 있고, 매그노셀룰러 경로의 발달지연이 난독증의 원인으로 제기되기도 한다. 

초기 시각 과정의 발달 이상과 고위 인지기능에 속하는 읽기기능의 관계를 연구하는 것은 융합적인 관점에서 접근 가능한 연구 주제이며, 읽기기능과 읽기기능의 이상인 난독증을 언어적 측면에서만 바라볼 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융합적인 연구 방법론을 적용해서 살펴볼 때 과학적, 응용적 지평이 넓어질 것이다. 

반응형
SM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