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쎈 2023. 3. 13. 21:02

석사든 박사든 학위 과정의 목표는 '독립된 연구자'가 되는 것이다. 

좁게 보아 연구 주제와 문제를 찾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데이터를 구하며, 

구한 데이터를 올바르게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관련 분야에서 이루어진 연구에 나의 연구를 잘 융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넓게 보면, 

연구를 할 수 있는 자금과 네트워크를 만드는 능력까지 포함한다고 할 수 있겠다. 

어쨌든 이러한 과정은 모두 독립된 연구자로서 스스로 연구를 하고 성과를 알리는 능력을 함양시킨다.

 

하지만 이런 점을 생각하고 학위 과정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당연히 나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입학하지 않았다.

이런 질문이나 동기를 물어보는 곳도 없었고, 생태도 몰랐으며, 알려주는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주변을 보면 생각보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학위를 받기 위해 필요한 능력에 대한 고민없이,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코스웍을 이수하고, 

과정에서 부족한 것들을 공부하며, 

논문 논문 논문을 쓰는 것에만 신경을 쓰면 대학원생의 소임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는 대학원에서 논문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탓이기도 할 것이다. 

 

만약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고 논문을 쓸 기회가 주어지고,  

선배나 교수가 적절한 피드백을 주어 자연스럽게 좋은 흐름을 탔다면 짝짝짝-

운이 매우 좋은 학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논문을 써야하는데 연구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른다.

그래서 그러한 과정을 선배나 교수가 알려주기 바라고,  

그러한 과정을 '지도'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초중고에 다니는 동안 수없이 들었던

'내일까지 연습 문제 풀어오고 과제로 보고서 써서 내라'는 방식의 구체적인 지시를 지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틀린 생각은 아니다.

인간은 다른 인간을 모델 삼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 아닌가?

하지만 그렇게 좁은 의미의 지도를 생각하다보면 불만이 커지고 불안해지게 마련이다. 

교수의 일은 학생 지도이기도 하지만 그것만 하는 것은 아니다. 

교수의 책임감에 따라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대학원생 지도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많은 경우 개인 능력에 맡겨 버리고,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불만이 쌓여가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 '학위 과정의 목표'가 아닐까 한다.

즉 독립적인 연구자가 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적극적이어야 한다. 

스스로 연구 문제를 찾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그 방법은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묻는 것일 수도 있고, 

협업을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장비를 빌리는 것일 수도 있고, 

로직을 짜는 것일 수도 있고, 

특정 사람들에게 설문을 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금이 필요하면 대학원생 신분으로 연구비를 구할 수 있는 방법도 알아봐야 할 것이다.

 

'다른 연구실은 지원을 해주는데, 우리 연구실은 안해준다'

'교수님이 지도를 안해준다'

'과제 하느라 내 연구를 못한다'

이것은 학생 입장에서 다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막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결국 우리는 독립적 연구자가 되어야 한다.

홀로 연구 주제를 찾고, 데이터를 모으며, 분석하고, 저널에 발표하기 위해 자금까지 준비해야 하는 연구자 말이다.

대학원생 저마다 겪는 오조오억 가지의 다양한 문제가

결국은 그 길을 가기 위한 여정이라고 생각하면, 

불만 보다는 해결책을 모색하게 되지 않을까?

 

융합 분야뿐 아니라 학위 과정을 시작하거나 과정 중에 있는 불안하고 불만인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결국은 그 목표를 이루는 길을 가면서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그러니 좀 더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연락하고, 도전하며 기회를 찾아보라고. 

숙제 내 줄 때를 바라지 말고, 스스로 숙제를 찾아 해낸 다음,

맞는지 틀리는 지 의견을 받아 수정하면서 완성해 보라고.

 

그 과정을 하나하나 해냈을 때, 

드디어 빛나는 학위를 받고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큰 축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대견한 연구자가 탄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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